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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떠난 그녀 전 활동가 박에디입니다.

뜨거운 뉴질랜드 태양아래 썬 크림 아끼려다 새카맣게 타버려 현지인 취급받는 박에디입니다.

놀라셨죠? “건방지게 네가 왜 활동가 편지를 쓰냐!” 라고 궁금해 하실 분들이 계실 텐데요

사실 제 몸은 뉴질랜드에 있지만 마음은 띵동 사무실에 활동가들과 함께 있답니다.

외형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이렇게 오랜만에 편지를 보내게 된 건 제가 있는 이 곳 뉴질랜드의 가장 큰 도시 오클랜드에서 2017년 프라이드 축제가 열렸어요.

축제 기간 중 띵동과 아주 똑.,은 단체인 Rainbow Youth에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소개를 드리고자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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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9년 오클랜드에서 열린 게이&레즈비언 컨퍼런스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센터가 필요성이 제안됐다고 해요.

그래서 1995년까지 준비과정을 끝내고 Rainbow Youth라는 이름으로 센터가 운영되었다고 합니다.

처음 시작한 공간은 타 기관(청소년관련)과 함께 사용하다 몇 번의 이사를 통해 Karangahape Road로 정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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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bow Youth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위기지원 서비스(상담, 케어)를 지원하고

운영시간동안 자유롭게 방문하여 서비스(독서, 식사, 동아리 활동등)를 받을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습니다.

재정은 굵직한 기업들의 후원과 모금으로 충당되고 있는데 기업들과 후원사업에 대해 논의 하는 활동가가 따로 있다며...

그래도 제정이 빠듯해서 힘들다고 하시는데... 제 마음속에선 부러움이 한가득.... (부러우면 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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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의 전체 규모는 띵동의 5배 넘는 크기의 센터는 활동할 수 있는 홀 공간과 사무실 공간이 나뉘어져 있었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홀 한 켠에 옷들이 각각의 박스에 잘 개어져 있었는데

알고 보니 옷이 필요한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원하는 스타일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던 공간이었답니다.

또 하나는 동아리 활동을 지원 하는 부분 이었는데

많은 종류의 동아리(게임, 취미, 동양인등 한 10개는 족히 넘는..)에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게 독려하고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사업이었습니다. 교육 사업도 함께 하고 있었는데 다양한 정체성에 대한 교육을 따로 만들어 뉴질랜드 전 학교로 강의 및 자료배포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답니다.

 

사실 방문한 날이 저만 있었던 게 아니라 공개적으로 오픈하는 날이라 많은 분들이 오셔서 조용히 보고 가려 했지만

한반도의 띵동에서 열심히 일했던 박에디 입니다

라고 부족한 영어로 어렵게 소개하니 뜨거운 환영으로 반겨주셨다는!!!

언제 꼭 한국에 오시면 띵동에서 이인섭 활동가가 맛있는 거 해줄 거라는 지키지 못할 약속으로 방문을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센터에서 활동하는 FTM활동가분과 나눴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난 운이 좋은 케이스였어. 부모님의 강렬한? 반대가 없었고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어.

호르몬 비용은 국가에서 보험으로 지원해줘서 다행이지만 차별은 존재해 아직도. 에디는 어때?"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죠

"야! 빡세! 완전 빡세 우린 헬조선이라 불러ㅋㅋ우린 아직 전쟁중이라 군대도 가야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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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첫 번째로 트랜스젠더 국회의원(Georgina Beyer)이 당선된 나라,

이미 동성혼이 합법화 된 나라,

프라이드 축제 기간에 수많은 거리가 무지개로 뒤덮이는 나라,

나라 안에서 1~2위 다투는 큰 대형마트와 은행들이 퍼레이드 차량으로 축제를 함께 하는 나라.

그렇게 성소수수자, 비 성소수자 모두 행복할 것 같은 뉴질랜드에서도 차별의 시선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니네가 그러면.. 우린 얼마나 더 걸리려나

라며 어떻게 하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의 시선을 없앨 수 있을지 많은 생각으로 하루를 보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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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동안 뉴질랜드 곳곳을 여행 했답니다.

워낙 물가가 비싸 (여름은 성수기) 정말 절약하며 한식이 비싸 베이컨과 파스타를 만들어 먹어야 되는

가난하지만 있어보이는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고 있답니다.

모든 게 새롭고 도전인 이 곳 에서 저는 30대의 에디는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 것인지 계획하고 꿈을 꾸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정체성 고민으로 20대 초반까지 다 써버려서..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 정체성으로 이 사회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확신하는데 많은 시간을 쓴 탓에 30대를 준비하지 못했다고나 할까?

목숨 걸고 15,000 피트 상공에서 스카이다이빙도 해보고 수만 년 전에 만들어진 동굴에 들어가 암벽타고 뱀장어도 밟아보고

5시간동안 등산하며 본적 없는 수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전엔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호기심들이 하나둘씩 생기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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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정체성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에서

내 정체성으로 남들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일로

그리고 지금은 내 정체성으로 남들 다 하는 거 난 왜 못해? 과거에 없었으면 까짓 꺼 처음이 되지 뭐? 이런 거친 신려성으로 업그레이드 되어 가고 있습니다.

 

띵동의 불을 계속해서 밝혀주실 거라 믿고 신려성 박에디는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우리 계속 함께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