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2021년 띵동 정기후원으로 처음 만나뵙게 된 N님!
후원담당자가 감사인사를 드리기 위해 전화하였을 때, 인상적인 후원 동기를 말씀해주셔서 오래 기억에 남았던 분이셨어요.
그리고 이후에도 띵동의 정기총회, 교육에도 참석해주시는 등 띵동 활동에 큰 관심을 보여주신 후원자이시기에,
이번 기회에 만나 뵈어 기부자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
‘기부자N’님의 이야기
“띵동 후원을
하면서 저는 좀 더 적극적으로 변했어요!”
띵동 기부증서
위에 기부자 N님의 귀여운 키링
기부자님의 소개를 부탁드려요!
저는 서울의
위(Wee)센터*(이하 ‘위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담교사 N입니다.
아직 위센터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어서 소개를 드리자면, 위센터는 위(Wee)클래스*(이하 ‘위클래스’)와 마찬가지로 상담교사들이 있는 곳이에요. 학교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보통은 교육청 또는 큰 학교의 부속 건물에 있고, 위클래스와 똑같이 심리상담이 위주예요. 물론 프로그램을
하는 곳도 있지만, 메인 업무는 상담이예요.
위센터에 오는 청소년들이 (보통은) 위클래스를 거쳐서 오는 것이다 보니, 뭔가 좀 더 심각한 문제를 가진 친구들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보다는 그냥 필요하면 개인적으로 먼저 전화 걸어서 상담할 수도 있어요. 위센터의 장점 아닌 장점을 소개하자면
학교로부터 독립된 기관이니까, 익명성이 좀 더 보장될 수 있어요. 학교에 있는 위클래스에 가는 건 다른 친구들 눈에 보이잖아요. 위센터는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운 편이고, 저희 쪽에서 상담 받는다고 학교에 연락이 가진 않아요. 위센터에서도 학교에 연락해서 학생의 정보를 묻는 것도 아니어서 비밀보장이
필요한 경우엔 위센터로 오시면 도움이 많이 돼요.
위센터 홈페이지 메인화면
l 참고: 위(Wee)센터, 위(Wee)클래스는 위(Wee)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위(Wee)프로젝트는 교육부에서 2008년부터 시행된 학교, 교육청, 지역사회가 연계하여 학생들의 건강하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지원하는 다중의 통합지원 서비스망입니다. 학교에는 위(Wee)클래스, 교육지원청에는 위(Wee)센터, 교육청에는 위(Wee)스쿨 등이 개설되어
있습니다. (자료출처: 위(Wee)프로젝트,
https://www.wee.go.kr/)
위센터 상담교사라고 소개해주셔서 또
하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띵동과 만났던 상담교사분들은 공식적인 성소수자 이해를 위한 교육이 거의 없어 청소년 성소수자와
어떻게 상담해야 할지 막막해하시면서, 상담교사 개인적으로 관련 자료를 찾아보거나 띵동에 직접 자문하시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N님이 실제 일하시는
현장은 어떤가요?
위센터(위클래스) 상담교사들이
갖는 어려움은 대체로 저도 역시 공감해요. 우리 사회가 청소년이 성적인 자기결정권, 성적지향 같이 어떤 성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분위기가 청소년 상담 영역에도 적용된다고 봐요. 그래서 제가
만나 같이 일했던 교사분들 대부분은 성 상담, 그러니까 성소수자에 대한 상담뿐만 아니라 성 상담 자체를 되게 어려워하셨어요. 교원 양성 과정
안에도 성과 관련한 주제가 없거든요. 기본적으로 양성과정에서 발달심리나 상담심리 이론 등 여러 과목에 성적인 발달과 그와 관련된 심리적
부분들을 배우지만, 구체적으로 성 상담의 방법 등 특화된 영역은 임용 후 개인적으로 공부해야 해요.
학교나 센터에 매일 쏟아지는게 자해, 우울증, ADHD를 호소하는 청소년 들인데 이런 사례들은 나도 사례에 맞게 매번 다시 공부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서울의
경우는 각 지역 위센터에서 전문상담교사들을 위해서 역량강화 연수를 제공하게 되어있어요. 우리 센터가 이번 연수 주제를 무엇으로
할까에 대해서는 결국 학교 상담교사들이 지금 당장 급하다고 여겨지는 사례, 사안 위주로 구성하게 되는데요. (상대적으로 성
문제로 찾아오는 학생들의 비율이 적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 관련 상담 주제는 많이 배제되곤 해요.
그리고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민원이에요. 내가 좋은 자료를 갖고 있고, 또래 상담 아이들과 같이 교육하고
싶어도 내가 그냥 마음만 먹는다고 되진 않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학교는 민원에 민감하니까 관리자들이 최대한 피하고 싶어 하죠. (성소수자 이해를
위한 교육을) 저도 하고 싶고, 필요하다는 건 아는데 지금 저는 공무원이고, 제가 속한 조직에서 하지 말라는 걸 (혼자 밀어붙여서) 하기 쉽지 않아서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고민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기부자님께서 상담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전에 제가 학교 교사를 준비했던 적이 있고, 학원에서 입시 담당 강사도 했었어요. 교생실습 나갔을 때 충격을 받았던
건, 학생들이 수업
시간 땐 공부를 하더라도 그 외에 시간에 돌아다니고 놀고 떠들 줄 알았는데, 굉장히 얌전하게 앉아 있더라고요. 정말 학교에서는
입시에 필요한 거 아니면 학생들이 다른 행동을 잘하지 않는다는 걸 그때 알고, 매우 안타까웠죠. 학교와 학원에서
제가 만났던 청소년들이 처음에는 공부에 대한 고민을 해오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그냥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던 거였어요. (이런 일들을
접하니까) 앞으로 제가 이 일을 계속하게 된다고 했을 때, (입시보다는) 상담 쪽을 공부해보면 더 좋을 것
같더라고요. 물론 실제로는 생각과 완전히 달랐지만요. 심리학, 상담을 공부하는 게 결국에는 저를 더 많이 만나는 일이더라고요.
말이 장황하게 길어지는데.. 그래서 핵심적인 것은 저의 청소년기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저는 저의 청소년기가
그렇게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면서 살았는데, 행복할 조건이 충분히 있었는데 내가 그걸 보지 못하고 살았던 거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학교에 있는 누군가가 알려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담교사가 그런
면에서는 입시나 학업을 다 떠나서 학교에 있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교과 중 하나인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되었죠.
기부자님 자신을 상담교사 외에도 다른
말로 표현해본다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음..
‘모순덩어리’요. 제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정체성들이 지금 우리나라의 어떤 시점에서 보면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요. 이를테면 저는 크리스천이지만, 그게 또 많은
교회가 성소수자에 대해서 차별과 혐오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서 회의적이거든요. 그리고 상담교사로서, 공무원으로서
국가 시스템에 맞춰서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그 시스템에 반해서 살고자 하는 욕구가 아주 큰 모습도 있어요.
그런 면에서 저 자신을 모순덩어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자기 이야기를 갖고 계신 기부자님이
어떻게 띵동을 처음 알게 되셨는지도 궁금하네요~!
띵동을 처음 알게 된 건, 유튜브를 통해서였어요. 유튜버분이 채널 수익을 어디에 후원하면
좋을지 시청자분들과 같이 상의했는데, 그중에 띵동이 있었거든요. 저는 그때 처음 알게 되었어요. 청소년에 대해서는
항상 관심이 많았던데다, 성소수자 상담하는 곳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던 차에 딱 띵동을 발견한 거죠.
유튜브 채널을 통해 띵동을 알게 되셨군요!
띵동을 알고
나서 후원을 결심하게 되셨던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후원을 시작하게 된 건, 교회 십일조를 다른 곳에 기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때에 띵동을 알게 된 게 커요.
제가 종교적
신념으로 십일조를 꼭 하고 있는데 내가 믿는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곳이 제가 전에 다니던 교회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제가
헌금을 내던 그 교회는 워낙 어렸을 때부터 다니던 곳인데 매주 하는 설교 중 가끔, 또 퀴어문화축제가 같은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안 좋은 설교를 했었어요. 제 안에서 점점 이 교회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던 차에 띵동을 알게 되었죠.
띵동이 특히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은
제가 좋아하는 분야를 다 모아둔 곳이기도 했어요. 청소년 관련해서 상담하고 지원하는 그런 기관은 되게 많아요. 청소년 복지를
다루는 곳도 많고, 성소수자 인권단체도 있긴 하지만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석사 졸업 논문도 청소년의 성과
관련한 걸 준비하고 있었는데 자료가 너무 없었어요. 그러던 차에 띵동을 알게 되어서 더 눈에 확 들어왔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십일조가
띵동 기부금이 된 것이죠.
N님은 2021년부터 띵동과 정기기부로 함께해주셨죠.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기부를 시작하고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 삶에 생긴 좋은 변화가 혹시 있을까요?
일단 뉴스레터를 열심히 보고 있어요. 띵동이 보내주는 뉴스레터에서는 제가 하나하나 찾아보기가 어려운 정보들이 있으니까, 그런 것들을 봄으로써 한 번씩 “내가 학교에
가게 되면 이런 거 해보면 어떨까? 저런 거 해보면 어떨까?” 하면서 상상할 수 있는 게 좋아요. 그게 실현이
어려우면, 어디 무지개 깃발이라도 걸어놔야지 하는 거죠.
또 하나는, 띵동 후원을 하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변한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저는 이전까지 퀴어문화축제를 가지
않았어요. 올해 처음으로 한 번 가보게 되었죠. 그리고 성소수자 친화적인 교회로도 옮겼고요. 이런 모습이 띵동 후원 전후로 생긴
좋은 변화인 것 같아요.
뉴스레터를 잘 챙겨보시는 기부자님!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띵동 활동은 무엇이셨나요?
저는 '도전! 힙스터!'요. 이건 저 말고 다른 상담교사의 사례인데요. 그때 한 청소년이 자기 몸에 빨간 반점 같은 게 생겼었나 봐요. 그걸 보고 상담에서 자기 에이즈 걸린 것 같다고 얘기했대요. 저는 그걸 들으면서 성교육에서 이 질병에 대해 제대로 다루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너무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띵동에서 청소년 또래를 대상으로 HIV/AIDS에 대해 교육할 수 있는 활동을 한다는 게 되게 인상 깊었어요.
자 이쯤에서~ N님에게 띵동
후원이란? 딱 한 마디로 알려주세요!
“초심”. 저도 상담을 계속하다 보면 이제 2년 차밖에 되지
않았지만, 가끔 그냥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공감도 기계적으로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뭔가 띵동을 보면서 항상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내가 생각했던 상담이란 건 저렇게 열정적으로 하는 모습이었지. 띵동은 많은 활동을 끊임없이 하고, 뭔가 연구하고, 개발하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전 어느
순간부터는 이제 공부도 하기 싫어지고, 상담에서 똑같은 얘기 또 하기도 하고, 그런 제 모습을 볼 때마다 ‘이러면 안 되는데..’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해서 띵동을 보며 초심을 떠올립니다.
나에게 띵동후원이란 “초심” 이다.
마지막으로, 기부자님이 띵동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들어보고 싶어요.
저는 그냥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어요.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해 활동하시는 모습들 이미 너무 잘 보고 있고요. 항상 노력하시고, 법인 등록할
때도 엄청나게 고생 많으셨잖아요. 그냥 지금처럼만 있어 주면 좋겠어요.
물론 기부자에게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은 저 같아도 들 것 같기는 해요. 기부자들을 통해 지지 받고 있으니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그런 마음이 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부담을 내려두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사실 다른 큰 비영리 단체도
후원하다가 끊은 적이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기부자들을 위한 행사를 너무 많이 하더라고요. 저는 그런 건 지양했으면 좋겠어요. 그걸 차라리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더 많이 썼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청소년기를 떠올리며, 그때 가장 필요했다고 생각했던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청소년 상담을 시작하게 되셨다는 말씀에서 기부자 N님의 따뜻한 마음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N님이 띵동을 통해 초심을 느끼듯, 띵동도 기부자님을 통해 힘을 얻게 됩니다.
띵동과 함께 걷고 있는 기부자 N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띵동!
2021년 띵동 정기후원으로 처음 만나뵙게 된 N님!
후원담당자가 감사인사를 드리기 위해 전화하였을 때, 인상적인 후원 동기를 말씀해주셔서 오래 기억에 남았던 분이셨어요.
그리고 이후에도 띵동의 정기총회, 교육에도 참석해주시는 등 띵동 활동에 큰 관심을 보여주신 후원자이시기에,
이번 기회에 만나 뵈어 기부자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
‘기부자N’님의 이야기
“띵동 후원을 하면서 저는 좀 더 적극적으로 변했어요!”
띵동 기부증서 위에 기부자 N님의 귀여운 키링
기부자님의 소개를 부탁드려요!
저는 서울의 위(Wee)센터*(이하 ‘위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담교사 N입니다.
아직 위센터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어서 소개를 드리자면, 위센터는 위(Wee)클래스*(이하 ‘위클래스’)와 마찬가지로 상담교사들이 있는 곳이에요. 학교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보통은 교육청 또는 큰 학교의 부속 건물에 있고, 위클래스와 똑같이 심리상담이 위주예요. 물론 프로그램을 하는 곳도 있지만, 메인 업무는 상담이예요.
위센터에 오는 청소년들이 (보통은) 위클래스를 거쳐서 오는 것이다 보니, 뭔가 좀 더 심각한 문제를 가진 친구들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보다는 그냥 필요하면 개인적으로 먼저 전화 걸어서 상담할 수도 있어요. 위센터의 장점 아닌 장점을 소개하자면 학교로부터 독립된 기관이니까, 익명성이 좀 더 보장될 수 있어요. 학교에 있는 위클래스에 가는 건 다른 친구들 눈에 보이잖아요. 위센터는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운 편이고, 저희 쪽에서 상담 받는다고 학교에 연락이 가진 않아요. 위센터에서도 학교에 연락해서 학생의 정보를 묻는 것도 아니어서 비밀보장이 필요한 경우엔 위센터로 오시면 도움이 많이 돼요.
위센터 홈페이지 메인화면
l 참고: 위(Wee)센터, 위(Wee)클래스는 위(Wee)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위(Wee)프로젝트는 교육부에서 2008년부터 시행된 학교, 교육청, 지역사회가 연계하여 학생들의 건강하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지원하는 다중의 통합지원 서비스망입니다. 학교에는 위(Wee)클래스, 교육지원청에는 위(Wee)센터, 교육청에는 위(Wee)스쿨 등이 개설되어 있습니다. (자료출처: 위(Wee)프로젝트, https://www.wee.go.kr/)
위센터 상담교사라고 소개해주셔서 또 하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띵동과 만났던 상담교사분들은 공식적인 성소수자 이해를 위한 교육이 거의 없어 청소년 성소수자와 어떻게 상담해야 할지 막막해하시면서, 상담교사 개인적으로 관련 자료를 찾아보거나 띵동에 직접 자문하시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N님이 실제 일하시는 현장은 어떤가요?
위센터(위클래스) 상담교사들이 갖는 어려움은 대체로 저도 역시 공감해요. 우리 사회가 청소년이 성적인 자기결정권, 성적지향 같이 어떤 성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분위기가 청소년 상담 영역에도 적용된다고 봐요. 그래서 제가 만나 같이 일했던 교사분들 대부분은 성 상담, 그러니까 성소수자에 대한 상담뿐만 아니라 성 상담 자체를 되게 어려워하셨어요. 교원 양성 과정 안에도 성과 관련한 주제가 없거든요. 기본적으로 양성과정에서 발달심리나 상담심리 이론 등 여러 과목에 성적인 발달과 그와 관련된 심리적 부분들을 배우지만, 구체적으로 성 상담의 방법 등 특화된 영역은 임용 후 개인적으로 공부해야 해요.
학교나 센터에 매일 쏟아지는게 자해, 우울증, ADHD를 호소하는 청소년 들인데 이런 사례들은 나도 사례에 맞게 매번 다시 공부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서울의 경우는 각 지역 위센터에서 전문상담교사들을 위해서 역량강화 연수를 제공하게 되어있어요. 우리 센터가 이번 연수 주제를 무엇으로 할까에 대해서는 결국 학교 상담교사들이 지금 당장 급하다고 여겨지는 사례, 사안 위주로 구성하게 되는데요. (상대적으로 성 문제로 찾아오는 학생들의 비율이 적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 관련 상담 주제는 많이 배제되곤 해요.
그리고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민원이에요. 내가 좋은 자료를 갖고 있고, 또래 상담 아이들과 같이 교육하고 싶어도 내가 그냥 마음만 먹는다고 되진 않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학교는 민원에 민감하니까 관리자들이 최대한 피하고 싶어 하죠. (성소수자 이해를 위한 교육을) 저도 하고 싶고, 필요하다는 건 아는데 지금 저는 공무원이고, 제가 속한 조직에서 하지 말라는 걸 (혼자 밀어붙여서) 하기 쉽지 않아서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고민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기부자님께서 상담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전에 제가 학교 교사를 준비했던 적이 있고, 학원에서 입시 담당 강사도 했었어요. 교생실습 나갔을 때 충격을 받았던 건, 학생들이 수업 시간 땐 공부를 하더라도 그 외에 시간에 돌아다니고 놀고 떠들 줄 알았는데, 굉장히 얌전하게 앉아 있더라고요. 정말 학교에서는 입시에 필요한 거 아니면 학생들이 다른 행동을 잘하지 않는다는 걸 그때 알고, 매우 안타까웠죠. 학교와 학원에서 제가 만났던 청소년들이 처음에는 공부에 대한 고민을 해오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그냥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던 거였어요. (이런 일들을 접하니까) 앞으로 제가 이 일을 계속하게 된다고 했을 때, (입시보다는) 상담 쪽을 공부해보면 더 좋을 것 같더라고요. 물론 실제로는 생각과 완전히 달랐지만요. 심리학, 상담을 공부하는 게 결국에는 저를 더 많이 만나는 일이더라고요.
말이 장황하게 길어지는데.. 그래서 핵심적인 것은 저의 청소년기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저는 저의 청소년기가 그렇게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면서 살았는데, 행복할 조건이 충분히 있었는데 내가 그걸 보지 못하고 살았던 거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학교에 있는 누군가가 알려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담교사가 그런 면에서는 입시나 학업을 다 떠나서 학교에 있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교과 중 하나인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되었죠.
기부자님 자신을 상담교사 외에도 다른 말로 표현해본다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음.. ‘모순덩어리’요. 제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정체성들이 지금 우리나라의 어떤 시점에서 보면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요. 이를테면 저는 크리스천이지만, 그게 또 많은 교회가 성소수자에 대해서 차별과 혐오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서 회의적이거든요. 그리고 상담교사로서, 공무원으로서 국가 시스템에 맞춰서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그 시스템에 반해서 살고자 하는 욕구가 아주 큰 모습도 있어요.
그런 면에서 저 자신을 모순덩어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자기 이야기를 갖고 계신 기부자님이 어떻게 띵동을 처음 알게 되셨는지도 궁금하네요~!
띵동을 처음 알게 된 건, 유튜브를 통해서였어요. 유튜버분이 채널 수익을 어디에 후원하면 좋을지 시청자분들과 같이 상의했는데, 그중에 띵동이 있었거든요. 저는 그때 처음 알게 되었어요. 청소년에 대해서는 항상 관심이 많았던데다, 성소수자 상담하는 곳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던 차에 딱 띵동을 발견한 거죠.
유튜브 채널을 통해 띵동을 알게 되셨군요!
띵동을 알고 나서 후원을 결심하게 되셨던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후원을 시작하게 된 건, 교회 십일조를 다른 곳에 기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때에 띵동을 알게 된 게 커요.
제가 종교적 신념으로 십일조를 꼭 하고 있는데 내가 믿는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곳이 제가 전에 다니던 교회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제가 헌금을 내던 그 교회는 워낙 어렸을 때부터 다니던 곳인데 매주 하는 설교 중 가끔, 또 퀴어문화축제가 같은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안 좋은 설교를 했었어요. 제 안에서 점점 이 교회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던 차에 띵동을 알게 되었죠.
띵동이 특히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은 제가 좋아하는 분야를 다 모아둔 곳이기도 했어요. 청소년 관련해서 상담하고 지원하는 그런 기관은 되게 많아요. 청소년 복지를 다루는 곳도 많고, 성소수자 인권단체도 있긴 하지만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석사 졸업 논문도 청소년의 성과 관련한 걸 준비하고 있었는데 자료가 너무 없었어요. 그러던 차에 띵동을 알게 되어서 더 눈에 확 들어왔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십일조가 띵동 기부금이 된 것이죠.
N님은 2021년부터 띵동과 정기기부로 함께해주셨죠.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기부를 시작하고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 삶에 생긴 좋은 변화가 혹시 있을까요?
일단 뉴스레터를 열심히 보고 있어요. 띵동이 보내주는 뉴스레터에서는 제가 하나하나 찾아보기가 어려운 정보들이 있으니까, 그런 것들을 봄으로써 한 번씩 “내가 학교에 가게 되면 이런 거 해보면 어떨까? 저런 거 해보면 어떨까?” 하면서 상상할 수 있는 게 좋아요. 그게 실현이 어려우면, 어디 무지개 깃발이라도 걸어놔야지 하는 거죠.
또 하나는, 띵동 후원을 하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변한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저는 이전까지 퀴어문화축제를 가지 않았어요. 올해 처음으로 한 번 가보게 되었죠. 그리고 성소수자 친화적인 교회로도 옮겼고요. 이런 모습이 띵동 후원 전후로 생긴 좋은 변화인 것 같아요.
뉴스레터를 잘 챙겨보시는 기부자님!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띵동 활동은 무엇이셨나요?
저는 '도전! 힙스터!'요. 이건 저 말고 다른 상담교사의 사례인데요. 그때 한 청소년이 자기 몸에 빨간 반점 같은 게 생겼었나 봐요. 그걸 보고 상담에서 자기 에이즈 걸린 것 같다고 얘기했대요. 저는 그걸 들으면서 성교육에서 이 질병에 대해 제대로 다루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너무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띵동에서 청소년 또래를 대상으로 HIV/AIDS에 대해 교육할 수 있는 활동을 한다는 게 되게 인상 깊었어요.
자 이쯤에서~ N님에게 띵동 후원이란? 딱 한 마디로 알려주세요!
“초심”. 저도 상담을 계속하다 보면 이제 2년 차밖에 되지 않았지만, 가끔 그냥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공감도 기계적으로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뭔가 띵동을 보면서 항상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내가 생각했던 상담이란 건 저렇게 열정적으로 하는 모습이었지. 띵동은 많은 활동을 끊임없이 하고, 뭔가 연구하고, 개발하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전 어느 순간부터는 이제 공부도 하기 싫어지고, 상담에서 똑같은 얘기 또 하기도 하고, 그런 제 모습을 볼 때마다 ‘이러면 안 되는데..’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해서 띵동을 보며 초심을 떠올립니다.
나에게 띵동후원이란 “초심” 이다.
마지막으로, 기부자님이 띵동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들어보고 싶어요.
저는 그냥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어요.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해 활동하시는 모습들 이미 너무 잘 보고 있고요. 항상 노력하시고, 법인 등록할 때도 엄청나게 고생 많으셨잖아요. 그냥 지금처럼만 있어 주면 좋겠어요.
물론 기부자에게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은 저 같아도 들 것 같기는 해요. 기부자들을 통해 지지 받고 있으니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그런 마음이 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부담을 내려두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사실 다른 큰 비영리 단체도 후원하다가 끊은 적이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기부자들을 위한 행사를 너무 많이 하더라고요. 저는 그런 건 지양했으면 좋겠어요. 그걸 차라리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더 많이 썼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청소년기를 떠올리며, 그때 가장 필요했다고 생각했던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청소년 상담을 시작하게 되셨다는 말씀에서 기부자 N님의 따뜻한 마음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N님이 띵동을 통해 초심을 느끼듯, 띵동도 기부자님을 통해 힘을 얻게 됩니다.
띵동과 함께 걷고 있는 기부자 N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