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띵동에서 활동하는 라이더 님의 모습
안녕하세요, 2023년 3월 9일부터 매주 목요일 띵동에서 책임심리상담사로 근무하게 된 우승연/라이더입니다.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네요.
다른 듯 익숙한 띵동에서의 시간을 보내며, 청소년 성소수자와 띵동과 상담의 인연을 생각합니다. 청소년 성소수자와의 제 첫 상담은 십수 년 전 신촌공원에서였습니다. 공원 구석진 곳의 텐트 안이거나 돗자리 위에서 상담하면서 바란 건 안전하고 안정적인 공간이었죠. 이후 지붕과 문이 있는 공간에서 성소수자 이슈 내담자를 만나게 돼서 기뻤습니다. 한데 정작 청소년 성소수자와 닿지 못했습니다. 사방이 막힌 공간의 문턱은 생각보다 높았던 것 같습니다. 탈학교, 탈가정 등의 위기 청소년과 만나는 건 어려웠습니다. 그즈음 띵동이 태동했고, 2015년 마침내 문을 열었습니다. 그때 안도했습니다. 누군가 청소년 성소수자를 잊지 않고 그들만의 장소를 마련했다는 게 고마웠죠. 마음 한켠에 늘 띵동이 있었습니다. 마음으로나마 청소년 성소수자를 응원하고 지지했으며, 언제든 필요할 때 기꺼이 함께하겠다고 혼자 다짐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띵동의 제안으로 2017년 레인보우내비게이션 프로그램 내 집단상담을 시작한 후, 프로젝트 인터뷰와 단행본 작업, 운영위원과 객원상담을 거쳐 2023년 3월 책임심리상담사로서 띵동과 근무 협약을 맺게 되었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와 만날 수 있도록 제게 여러 번의 기회를 준 띵동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객원’이 아닌 ‘책임’을 업은 상담은 기쁘고 또 무겁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와 ‘최적’의 자리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지만, ‘최선’만으로는 적확한 도움을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강박증상, 섭식문제, 중독, 은둔과 고립, 자살생각, 자해행동, 분리불안, 공황, 질병, 장애, 가난, 폭력 등 다양하고 다층적 이슈로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선 청소년 성소수자의 주관적 세계는 매번 낯설고 그만큼 소중합니다. 이들의 고유한 삶을 응원하며 겹겹의 증상 아래 웅크린 내담자 곁을 지키는 일이 띵동 상담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되뇝니다, 섣부른 좌절에 익숙해지지 말자. 그것이 책임심리상담사가 되기 위한 저의 0순위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잘) 살고 싶은 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잘) 살기 위해 찾는 곳이 띵동일 것입니다. 더는 ‘이렇게’ 살 수 없을 때 상담을 시작할 것이고요. 그래서 저는 띵동 상담실에서 다른 무엇보다 ‘희망’을 쥘 생각입니다. 아주아주아주 느리게 변화할 세상에서는 다소 기만적이지만, 그럼에도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희망, 때론 현실을 직면할 것을 요구하는 희망을 내담자와 나누고 싶습니다. 불확실한 것에 직면하고, 지속적으로 인내하는 희망이요. 어떻게든 능동적인 태도로 청소년 성소수자와 함께 위기를 지나가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다행히도 ‘띵동’이란 장소에서 진행되는 상담이기에, 상임활동가들을 신뢰하기에 품을 수 있는 용기입니다. 상담자로서 이러한 자원을 곁에 둘 수 있어 든든합니다.
담백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인사를 겸한 원스톱 심리상담 지원 홍보 글을 쓰려고 했는데 설명도 길고 다짐과 선언이 주구장창이네요. 정리하자면! 뜬금없지만! 놀랍게도 이것은 띵동 상담실로의 초대장입니다. 여러 차원이 겹쳐서 만들어진 접점의 청소년 성소수자 정체성을 온전히 비추며 “마주 앉게 되어서 좋다”는 고백이기도 하고요. 네, 앞으로 잘해보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