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무지개백일장 수상작

나다움상양극을 사랑하는 법 / 현, 2009년생

  내 몸은 거대한 하나의 자석이야. 지구의 자기장에는 미미한 영향조차 주지 못할, 겨우 168센티미터짜리 자석. N극일 때는 붕 떠서 기분이 좋은 채, S극일 때는 우울에 젖어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채로 굳어 버려. N극, S극, 양극. 양극성 장애래.


  진짜 자석처럼, 다른 이들을 자꾸 끌어오는 걸 연습해. N극의 여자 친구, S극의 여자 친구. 내가 N극일 때 S극을 만났는데, 어느덧 내가 바뀌어 버려서 걜 밀어내 버려, 웃기다. 그런데 멀어지면 또 N극이 되어 당겨오려 해버려. 어느 쪽이 본심?


  아직 나침반은 발명되지 않았나 봐. 누구에게 이 마음을 줘야 할지 방향을 잃고 헤매는 중이야. 누구를 만나도 나는 양극성의 아이니까, 애매한 거지. 시시각각 변하는 내 마음을, 나조차 모르는데 어떻게 남을 사랑할까. 어떻게 제대로 된 길을 찾아 사랑할까. 


  그럼에도 감으로, 정답처럼 보이는 길을 찾아서, 수많은 극들을 거쳐 왔어. 기억나는 건 S극이었던 언니 하나. 매일 죽고 싶다는 이야기 꾹꾹 담은 문자를 하고, 생이 너무 힘겹다고 스스로 상처를 새겼다고 말했어. 끊임없는 애정을 내게서 갈구하던 사람. 난 분명 N극으로 그 언니를 대했는데. 부단한 노력으로 내 N극을 연습했는데. 멋대로 몸이 뒤집혀서 S극이 그 사람을 밀어내.


  N극으로 보이는 언니도 기억해. 잘 웃고 세심한 사람. 나를 첫사랑이라 정의해 주던 진짜 바보 같은 사람. 너무 좋아해서, 잃을까 두렵다고. 내 우울조차 감안해 주겠다 흔쾌히 말해 준 적 있었더라. 내가 S극이라서, 내 우울이 부담스러워서 결국은 떠났어. 극도 다른데 무슨 일이지, 알고 보니 그 언니도 S극. 같은 극이란 게 문제야?


  밀어내고, 붙고, 밀어내길 반복해 왔어. 지금도 누군가와 붙어 있지만, S극이 머리를 점령해 버려서 그다지 달갑지 않아. 상대가 변함없이 고른 자기장을 줘도, 그 안을 비집고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 건 나야. 그렇담 뭐가 문제지?


  음, 그래. 누가 그랬어.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은, 제 범위를 넓혀서, 그 사람을 안에 집어넣어서야 할 수 있는 거래. 그러니까 결국은,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는 얘기였어. 말을 듣고 머리를 얻어맞은 것만 같더라.

 

 아, 내가 내 양극을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다른 극이 날 사랑해. 같은 극이고 다른 극이고, 그런 거랑 관계없이. 어떻게 날 사랑해서 제대로, 단단히 붙어 있을 수 있겠어. 무작정 다른 극을 찾기보다, 내 양극을 돌봐주는 게 먼저였네. 


  내가 당장에 연습해야 하는 건, 다른 극에게 사랑받는 방법이나 그들을 사랑하는 방법 같은 게 아니었어. 불안정하고 미완성된 내 양극부터를 사랑해야 했어. 아직도 내 본심이 뭔진 몰라. 매번 바뀌어서 도무지 알 수 없어. 아직도 내 세상엔 나침반조차 없어. 그래도 앞으로의 내가 연습할 건 명확해. 

내 양극을 사랑하는 법!



[심사위원 작품평] 


현 님의 글은 자신이 가진 특성과 그로 인한 관계 맺기의 어려움을 고찰하고, 이를 개성 있는 비유와 문장으로 표현한 글입니다. 자석과 자기장, 나침반으로 이어지는 생각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현 님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합니다. 예상치 못하게 N극과 S극이 바뀌는 자석처럼 곤란한 것이 없겠으나, 그 곤란함마저 자신의 것으로 끌어안는 용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뚜렷한 방향을 알 수 없는 삶의 여정에서 현 님의 용기는 스스로를 위한, 이 글을 읽는 퀴어 청소년들을 위한 작은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심사위원  현민